◆ ESSAY
지난달에 인터뷰에 응해주실 분을 찾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 사이 여는 글부터 닫는 글까지 초고가 한 번 다 나왔고, 지금은 인터뷰를 반영하며 퇴고하고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초고를 읽고 의견을 주실 베타리더를 찾습니다. 인터뷰이도 계속 찾고 있으며, 둘은 따로 지원하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는 글 뒤쪽에 적었습니다.
가제는 『남은 판단은 누가 배우는가』입니다. 기술서가 아니라 에세이입니다. AI가 코드를 쓰고 사람이 코드를 덜 읽게 된 환경에서 개발자의 판단이 어디서 길러지고 어디서 길러지지 않는지를, 제 경험과 다른 개발자들의 이야기로 따라갑니다. 여는 글의 한 대목입니다.
회의를 앞두고 공유된 위키 문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적이 있다. 한국어 문서에 다른 문자 체계의 글자가 군데군데 섞여 있었다. AI 초안의 흔적인지 편집 과정의 사고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회의가 시작될 때까지 그 글자들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하나둘 노트북을 열어 그 위키를 AI 창에 붙여 넣었다. 요약해 줘. 그 회의에는 원문을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순서가 없었고, 요약만으로도 대화는 그럭저럭 흘러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온 나는 가장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쓴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나도 비슷해졌다. 회의 전에 안건을 읽지 않고, 주최자가 인사를 건네는 동안 조용히 AI 창을 열었다. 이 위키 문서 요약해 줘. 그러고도 회의는 별 탈 없이 끝났다.
나는 모든 코드를 매번 끝까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읽지 않고 넘겨도 되는 변경과 멈춰 살펴야 하는 변경을 가르고, 테스트를 믿을 때와 추가로 확인할 때를 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명이 막힐 때 그 막힘을 위험으로 알아보는 일도 포함된다. 이 책에서는 그런 능력을 판단이라고 부르려 한다.
마찰이 줄어도 판단을 다른 방식으로 배울 수 있다면, 사라진 마찰을 아쉬워할 이유는 없다. 내가 궁금한 것은 이해하지 않아도 일이 계속되는 동안, 예전에 판단을 배우던 과정에서 무엇이 빠지고 무엇이 새로 생기는가다.
(중략)
나는 그 시간을 통과한 뒤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이제 도구가 그 더딘 과정의 많은 부분을 건너뛰어 주는 것이 편하고 반갑다. 필요하면 아래로 내려가 읽을 수 있으니 덜 위태롭다고 믿는다. 정작 그날 읽을 수 있으면서도 읽기를 접었고, 그냥 넘어가자는 말에 누구보다 먼저 안도했다는 사실은 잠시 잊은 채로. 아직 판단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 어디서 무엇을 배울지는 내 자리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쓰며 내가 편하게 받아들인 선택도 함께 의심해 보려 한다.
그러니 처음부터 묻고 시작하겠다. AI가 개발하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판단은, 누가 배우는가.
AI를 쓰지 말자는 책은 아닙니다. 저도 매일 코딩 에이전트와 일합니다. 마지막 장에 "이렇게 합시다" 같은 처방도 두지 않았습니다.
정해진 양식은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시고 느끼신 점을 적어주시면 됩니다. 읽다가 멈춘 자리의 짧은 메모면 충분합니다. 오탈자와 사실관계 오류도 알려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다 읽으신 뒤에는 책에 실을 추천사를 몇 줄 부탁드립니다. 추천사에는 소속과 이름이 함께 실립니다. 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쓰지 않으셔도 되고, 그 경우에도 의견은 그대로 받겠습니다.
출간되면 책 한 권을 보내드립니다. 추천사를 써주신 분은 소속과 이름을 책에 함께 싣습니다. 드릴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 죄송하지만, 먼저 읽어주시는 시간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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