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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나는 왜 책을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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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ceffort

첫 책인 『모던 리액트 Deep Dive』를 쓸 당시,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뻤다. 책을 쓰는 과정은 내게도 큰 배움이었고, 출간 이후 받은 피드백은 개발자로서 방향을 다시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리액트와 Next.js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책 한 권에 담는 일은 어렵다는 것. 출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일부 내용이 구식이 되는 걸 보며, 책이라는 형식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 걸 실감했다. 그래서 다음 책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트렌디한 기술이 아닌, 프런트엔드 생태계의 본질과 구조를 정리하고자 했다. npm, node_modules, 모듈 시스템, 트랜스파일링, 번들러… 처음엔 배경처럼 여겼던 것들이지만, 프로젝트가 커지고 팀이 커질수록 오히려 이 "배경"이 개발자의 실력을 좌우하고,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npm install 한 줄로는 설명되지 않는 일들. 의존성이 꼬이고, 빌드가 깨지고, 배포에서 문제가 터졌을 때, 공식 문서와 검색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그 모든 근본 원인을 이해하고, 직접 해결해보며 문서 너머의 구조와 원리를 파악해나갔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정리한 기록이다.

책을 쓰면서, 그리고 쓴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AI가 모든 걸 알려주는 시대에, 책이 정말 필요할까요? 특히 개발서적은 더더욱이요. 점점 더 개발서적은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 아닐까요?"

당연히 요즘 시대에 할 수 있는 질문이다. AI는 질문만 하면 답을 준다. 블로그 글, 공식 문서, 예제 코드까지 요약해서 알려준다. 정보의 '단편'을 얻는 데 있어 책보다 빠르고 편리하다. 개발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속에서 책의 역할이 더 선명해졌다고 느낀다. 단편적인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 정보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해석하며 판단할지는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한다. 전체 구조 속에서 개념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왜 그런 설계가 되었는지,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의 흐름이 어떤 경로를 거치는지를 알려주는 데에는 책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아직 없다.

개발서적은 더 이상 '공식 문서를 대신하는 설명서'가 아니다. 이제는 생각하는 방법을 전하고, 도구를 넘어 시스템을 이해하게 만드는 설계도여야 한다. AI가 코드를 짜줄 수는 있어도, 왜 그렇게 짜야 하는지,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는 여전히 사람이 설명해야 한다. 그런 설명을 가장 깊이 있게 전할 수 있는 형식이 나는 아직도 책이라고 믿는다.

나에게 책을 쓰는 일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혼란을 겪고, 정리하고, 나만의 언어로 구조화하는 사고의 도전이었다. 이 과정은 AI로는 얻을 수 없는 깊이와 통찰을 나에게 안겨줬다.

그리고 이 여정은 혼자서는 불가능했다. 훌륭한 동료가 곁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다른 관점을 제시해주었기에, 나는 미처 닿지 못했을 지점까지 사고를 밀어붙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도 책을 읽어야 할까?

지금은 정보를 빠르게 찾는 시대다. 하지만 빠르게 찾는 것이 곧 깊이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책은 단편적인 질문이 아니라, 전체 그림을 전달한다. 책 한 권을 따라가며 쌓는 경험은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사고 체계와 시야를 확장하는 경험이다. 단순히 프레임워크를 어떻게 쓰는지가 아니라, 왜 그렇게 설계되었고 어떤 철학이 담겨 있는지까지 이해하게 만든다. 검색으로는 찾을 수 없는 연결고리, 시행착오의 기록, 그리고 저자만의 해석이 독자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이유다. 그렇기에 여전히 세계의 많은 석학들이 책을 쓰고, 책을 읽는다.

그래서 나 역시 지금도 가능한 많은 책을 읽으려 노력한다. 좋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먼저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가장 밀도 높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가 10년 동안 프런트엔드를 하며 외면했고, 몰랐고, 결국엔 마주하게 된 본질들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나처럼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직도 부족한 점은 많지만, AI 시대에도 책은 여전히 의미 있다고 믿는다. 정보를 찾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국 AI 시대를 주도적으로 살아갈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시야를 넓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여전히 책이라고 생각한다.